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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로운넷 발행인 칼럼] 쇠락한 원도심의 정체성을 되찾는다라는 것의 의미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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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화성시사회적경제센터 조회 1,557회 작성일 23-05-22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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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 아카데미극장 철거는 또 다른 젠트리피케이션의 시작이다

번영의 시절의 원주 아카데미극장/아카데미의 친구들 제공​
번영의 시절의 원주 아카데미극장/아카데미의 친구들 제공​

인구는 늘어나지 않는데 도시가 팽창하면서 원도심이 공동화되어 가는 것은 이 시대 거의 모든 도시에서 나타나는 공통된 현상입니다. 원도심의 슬럼화는 권력과 자본, 곧 ‘돈’이 도시 외곽에 조성된 신도시나 신시가지로 옮겨갔고, 사람들이 일자리를 찾아 또는 장사가 되는 곳으로 움직였기 때문입니다. 

하나 둘 원도심을 뒤로하고 신도시로 옮겨가면서 원도심의 자산 가치는 바닥으로 떨어집니다. 사업성이 없는 곳에 투자할 자본은 없습니다. 시간과 함께  인적이 끊어진 상가와 노후화된 주택이 원도심의 공동화를 가속시킵니다.

하지만 원도심의 영광과 번영의 흔적은 그 지역 출신 모두의 자부심이며, 거주 주민의 삶과도 깊은 연관이 있습니다. 원도심의 남루하고 초라해 보이는 (번영했던 시절의) 흔적들은 신도시로 이주해간 주민들에게도 소중한 공간입니다. 외지인들도 고층 아파트와 빌딩 숲으로 가득한 신도시를 보려고 유서 깊은 도시를 찾는 사람은 없을 것입이다. 추억을 쫒아, 번영의 흔적을 보며 과거의 스토리를 체험하려고 원도심을 찾습니다. 

그래서 지역 공동체가 원도심의 잃어버린 활력을 찾기 위해 시도하는 여러 가지 정책은 원도심에 남아있는 상인이나 주민만을 위한 것이 아닙니다. 그렇지만 원도심 재생정책이 성공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원도심 재생을 둘러싼 다수의 과제는 서로 연결되어 있으며 서로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다양한 입장들 사이에서는 너무나 많은 이해관계가 얽혀 있기에, 이를 보다 객관적인 시야로 보면서 원도심을 재창조할 방법론을 찾는 것이 매우 어렵기 때문입니다. 

원도심 재생의 방법론에 관한 대립과 갈등을 극명하게 드러낸 사건이 원주 아카데미극장의 철거와 보존을 둘러싼 논란입니다. 보존을 위해 2022년 원주시가 매입한 아카데미극장을 최근 원주시와 의회가 철거를 결정한 것입니다. 시는 낡고 붕괴 우려가 있는 극장을 철거하고 그 자리에 주차장과 야외공연장을 지어 원도심을 활성화하겠다는 것입니다.

원도심의 매력을 높이기 위해 주차장을 확보하고, 상가에 대한 접근성을 높인다면 거리는 더욱 좋아질 것입니다. 하지만 그게 그렇게 간단하지 않습니다. 일례로, 자본과 권력이 떠난 원도심에 자동차로 방문하는 사람들이 머무는 시간보다 대중교통이나 도보로 방문하는 사람들이 더 오래 머물고, 소비액 또한 더 많습니다.  잠깐 머물다 떠나는 차들로 인해 차 없는 쇼핑약자나 인근 시민들이 물건을 사기 어려워진다면 원도심 찾는 관광객 또한 줄어듭니다. 

철거된 극장터에 자리할 주차장과 야외공연장은 아마도 젊은 사람들을 끌어오게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극장의 추억을 간직한 세대가 다음 세대를 데리고 오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낡은 것들에서 새로운 것들이 생겨나는 관계망이 사라지는 것입니다. 이는 원도심을 지속가능하지 못하게 합니다. 손님을 잃게 되면 철거를 원했던 상인들도 가게를 접고 원도심을 빠져나가고, 재개발 붐에 휩쓸려 콘크리트 빌딩이 대신 자리잡게 됩니다. 젠트리피케이션의 악순환은 반복됩니다. 

"국내에서 가장 오랫동안 원형을 간직하고 있는 단관극장이며, 건축물로서의 가치뿐만 아니라 시민들의 정서 속에서 아카데미극장의 시대성과 역사성이 살아있다는 점도 높이 평가가 되었습니다" (제19회 이곳만은 꼭 지키자 캠페인 ‘문화재청장상’ 선정 이유 중에서).  옛것을  보존하는 것은 비용도 많이들고 어렵지만 부수고 철거하는 일은 쉽고 돈도 적게 들어갑니다. 하지만 한번 없앤 옛것은 영원히 복원할 수 없습니다. 

도시는 살아있는 생물과 같다고 합니다. 도시와 지역을 구성하는 요소들은 연결되어 있어서 서로 기능을 보완하며 항시 조금씩 바뀌어 가면서 일정한 평형상태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수백만 인구가 모여 사는 도시이지만 기본적인 요소는 마을과 그 구성원인 시민이므로, 원도심의 정체성을 되찾는 일에는 마을과 시민이 중심 역할을 해야 합니다. (계속)

보존을 원하는 시민사회단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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