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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삶]지속가능한 도시를 위해, 다시 사람을 꿈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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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조회 1,661회 작성일 14-05-26 15:50

본문

 

입력 : 2014-05-23 20:54:09수정 : 2014-05-23 22:39:26

 

도시 인간학…김성도 지음 | 안그라픽스 | 984쪽 | 5만원
▲ 뜨는 도시 지는 국가…벤자민 R. 바버 지음, 조은경·최은정 옮김 | 21세기북스 | 584쪽 | 2만8000원
▲ 우리는 도시에서 행복한가…찰스 몽고메리 지음·윤태경 옮김 | 미디어윌 | 536쪽 | 1만8000원
▲ 도시의 로빈후드…박용남 지음 | 서해문집 | 280쪽 | 1만7000원
▲ 우리는 이상한 마을에 산다…댄 핸콕스 지음·윤길순 옮김 | 위즈덤하우스 | 1만5000원 | 287쪽

세계 인구는 현재 약 70억명인데 이 중 35억명이 도시에 산다. 사상 최고치다. 2050년쯤 도시 인구는 30억명 늘어난 65억명(전체 인구는 90억명)이 될 것이라고 유엔은 예측한다. 개발도상국 도시들이 증가세를 이끌 것이라고 내다본다. 인구만 늘겠는가. 지금 도시가 겪는 문제도 심화될 것이다. 일자리, 주택, 에너지, 재정과 공공 서비스, 불평등, 기후변화 등등의 문제를 어떻게 풀 것인지는 여러 공적 기구와 전문가들의 고민거리다. 시민들의 존엄한 생존과 지속가능한 도시에 관한 고민과 대안을 담은 책들이 최근 많이 눈에 띈다.

버스와 자전거, 사람을 중심에 놓은 보고타시의 교통시스템 ‘트랜스 밀레니오’.


차량을 몰아내고 테이블과 탁자를 넣어 시민에게 개방한 타임스 스퀘어 일대.


여름철마다 고속도로 공간을 해변으로 만든 ‘파리 플라주’(오른쪽). 이들 공간은 인간의 관계와 유대, 자연환경을 중시하는 철학을 담았다.


■ 이젠 국가가 아니라 도시다


사회학자이자 정치이론가인 벤자민 R. 바버는 <뜨는 도시 지는 국가>에서 ‘국민국가’의 한계를 지적한다. “기후변화, 테러, 빈곤, 마약, 총기, 민족문제 등 심각하고 위험한 이 시대의 도전에 국가는 아무런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현재 직면한 전 세계적 문제들은 국가가 다루기엔 너무 크고 상호의존적이며 분열적이다.” 국민국가는 다국적 기업의 독점 문제에도 무력하다. 경쟁적 특성과 서로를 배제하는 성향이 강한 국민국가는 본질적으로 서로 협력하거나 전 지구적 차원의 공동선을 확립하는 능력이 부족하다는 게 바버의 시각이다. 그는 도시 인구와 도시 문제가 나란히 증가하는 가운데 창의력을 발현하고 지역 공동체가 연대하며 시민권이 실현되는 도시를 만들려면 국가가 아니라 도시가 변화의 동인이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바버는 참여와 공동체, 세계주의를 강조한다. “세계주의는 여전히 참여와 공동체 형성이 가능한 도시의 이웃에 뿌리를 두고 있는 도시 거주자를 시민으로 상상하면서 중앙의 권력에 대응하고 견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새로운 도시는 실용주의, 시민 신뢰, 참여, 주권이나 국경에 대한 무관심, 네트워킹, 창의성, 혁신, 그리고 협력하는 민주적 성향을 바탕으로 한다. “대통령들이 거들먹거리며 원칙에 대해 말할 때 시장들은 쓰레기를 줍고 총기 규제 캠페인을 벌인다.” 바버는 현실세계에서 벌어지는 일에 대처해야 하는 시장의 역할을 강조한다.

■ 도로에 자동차 대신 사람과 자전거를


박용남 지속가능도시연구센터 소장은 <도시의 로빈후드>에서 세계 곳곳에서 도시 자체를 근본적으로 뜯어고치며 위기를 기회로 바꿔내는 창의적 혁명가를 조명한다. 박 소장은 이들을 포악한 관리와 욕심 많은 귀족, 성직자들을 응징한 로빈후드나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모험가 돈키호테와 비슷한 인물이라고 평한다.

미국 뉴욕 맨해튼을 포함한 뉴욕의 5개 자치구에서 자동차 중심 도시를 개조하는데 나선 전 뉴욕시 교통국장 재닛 사딕-칸도 이런 혁명가 중 한명이다. ‘더 푸르고 더 위대한 뉴욕’을 슬로건으로 내건 마이클 블룸버그 뉴욕시장에게 발탁된 그는 최악의 교통난을 겪던 타임스 스퀘어 일대의 도로를 들어내고 거기에 파라솔과 의자, 탁자를 구비한 공공 공간을 만들었다.

프랑스 파리시장 베트르랑 들라노에는 대중교통, 걷기, 자전거 타기를 공약으로 내걸어 2001년 당선됐다. 그는 여름이 되면 센 강 위에 있던 조르주 퐁피두 고속도로를 폐쇄한 뒤 모래와 파라솔을 갖다 놓은 ‘파리 플라주’(파리 해변)를 조성해 시민에게 개방했다. 콜롬비아 보고타 시에 버스와 자전거, 보행자 중심의 트랜스 밀레니오 시스템을 도입한 엔리케 페냐로샤 시장도 ‘도시의 로빈후드’ 중 한 명이다.


도시계획전문가이자 저널리스트 찰스 몽고메리가 쓴 <우리는 도시에서 행복한가>에도 <도시의 로빈후드>와 겹치는 여러 도시와 혁명가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몽고메리는 특히 보고타 시와 페냐로샤 시장에게 큰 영감을 받았다. 도시와 행복의 함수 관계를 탐구한 이 책을 쓰기 위해 그는 보고타로 가 페냐로샤를 인터뷰했다. 페냐로샤는 시장이 된 뒤 자동차와의 전쟁을 벌였다. 고속도로 확장 계획을 철회한 그는 시 예산을 자전거 도로, 공원, 보행 광장, 도서관, 학교, 보육소 건설에 투입했다. 또 유류세를 인상하고 시민들의 자동차 통근을 주 3회 이하로 제한했다. 민영화된 공공 영역과 공공 자원을 다시 공공의 몫으로 되돌렸다.

몽고메리도, 페냐로샤도 이런 정책이 인간의 행복을 가져올 수 있다고 믿는다. 페냐로샤는 이렇게 말한다. “사람들이 가게에서 사는 물건은 대부분 사는 순간에는 만족스럽지만 며칠이 지나면 만족감이 줄고 몇 달이 지나면 만족감이 완전히 사라집니다. 반면 공공 영역은 마법과 같은 재화입니다. 만들어 놓으면 계속 사람들에게 행복을 느끼게 해줍니다.” 차량 온실가스 축소와 공공 영역 확대를 위해 자동차를 몰아낸 보고타의 사례는 타임스 스퀘어에도 영향을 미쳤다.

■ 확산도시 종식과 행복도시 창조

몽고메리는 자동차 도로를 넓히기 위해 콘크리트를 쏟아붓는 ‘확산도시’의 위험성을 경고한다. 확산도시 시스템은 도시계획자, 도시공학자, 부동산 개발업자들의 의식과 행동뿐만 아니라 법률과 제도, 콘크리트와 아스팔트 속에도 뿌리 깊게 자리잡고 있다. 지금까지 많은 자원과 자본을 투자한 확산도시는 오히려 주민들의 시간과 돈을 빼앗고 가족, 친구, 이웃과의 유대를 끊었다. 몽고메리는 “속도에 대한 환상에 사로잡혀 진정한 자유를 포기했다. 인간관계보다 지위를 우선시했다. 권력을 쥔 사람들이 지나치게 단순화한 지리관, 인생관에 입각해 건물, 직장, 주택, 교통체제를 조직하도록 방치했다”고 말한다.

그는 도시행복의 처방전도 제시한다. 도시가 식량, 주거, 안전이라는 기초적인 필요를 충족시키고 난 다음에 달성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목표는 바로 “모든 사람이 친구, 가족, 낯선 사람과 인생에 의미가 있는 유대를 맺고 강화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유대는 도시의 가장 큰 성과이자 도시가 시민에게 제공할 수 있는 가장 큰 기회”라고 몽고메리는 말한다.


몽고메리가 설정한 목표에 부합하는 곳을 스페인 안달루시아 지방의 마리날레다 시에서 찾을 수 있다. 영국의 저널리스트 댄 핸콕스가 이곳을 취재해 쓴 <우리는 이상한 마을에 산다>는 연대와 우정의 가치로 운영되는 인구 2700명의 소도시에서 현재 자본주의 위기의 대안을 모색하는 책이다. 농장과 공장은 협동조합 형태다. 주민은 하루 여섯시간 반만 일하면서 1200유로(약 180만원으로 스페인 최저 임금의 2배 수준)를 받는다. 이사 온 사람을 빼면 완전 고용상태다. 한달에 15유로만 내면 무상 주거가 가능하다. 마을의 중요한 사안은 주민 참여로 이뤄진다. 1971년 직접 선출된 시장 산체스 고르디요가 시민들과 함께 시위와 단식 투쟁을 진행하고 구타와 체포 등 탄압에 맞서 싸워 이겨내 만든 공동체다.

■ 생태를 지키며 덜 소비하기


한국의 대표적 기호학자인 김성도 고려대 언어학과 교수의 <도시 인간학>은 8년을 연구해 출간한 역작이다. 통합 기호학의 시각에서 도시 공간을 탐색한 책은 ‘도시 이해의 기호학적 접근’에서 시작해 ‘서구 도시 사상사’로 나아가 ‘도시 공간의 생태학적 토대’를 마지막 장으로 끝난다. 김 교수는 “도시 공간에서 이뤄지는 소비와 생산의 패턴은 에너지와 다른 생산물의 소비를 통해 전 지구적으로 생태계를 훼손시키거나 피로하게 만들고 있다”며 “지속 가능한 도시를 유지하기 위한 생태학적 토대를 수립하는 일”을 최종적으로 고려할 ......

 

김종목 기자 jomo@kyunghyang.com

 

출처: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405232054095&code=96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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