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협동조합 출범한지 두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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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 택시 회사들 긴장감에 사납금 인하에 임금도 인상
한국택시협동조합 사무실을 찾은 건 지난 16일 오후. ‘한국택시협동조합’이라는 간판이 내걸린 회사 초입에 들어서자 꽃담황토색 서울 택시 대신 노란색 ‘쿱 택시’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그 옆에는 협동조합택시 조합원인 택시 기사들이 삼삼오오 모여 웃음기 가득한 얼굴로 연신 대화를 주고받는 모습이었다.
한국 최초의 기업형 택시협동조합 회사. 현재 이 회사의 택시 가동률은 평균 80% 후반 대에 머물고 있다. '데일리안'이 방문한 당일 오전에는 택시 가동률이 무려 95%나 됐다. 전신인 서기운수의 평균 택시 가동률이 40% 초반 대에 그쳤던 것에 비하면 배 이상으로 훌쩍 뛴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조합원들의 수입도 확연히 달라졌다. 출자금(2500만원)에 대한 배당금 차원에서 본 소득에 더해 추가 지급된 것이지만, 실질적으로 월수입이 늘어난 셈이라 한결 마음이 안정됐다는 게 조합원들의 말이다.
실제 한국택시협동조합은 지난 7월 55만원의 배당금을 지급한 데 이어 8월에는 60만원의 배당금을 조합원들에게 지급했다. 택시협동조합 측은 이러한 추세라면 향후 배당금은 더 늘어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수혁 한국택시협동조합 사업본부장은 이날 ‘데일리안’에 “사람에 따라 50만~60만원 정도의 돈이 큰 의미가 없을 수도 있겠지만, 이 돈은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면서 처우가 상당히 낮은 기사들 입장에서는 대단히 큰 돈”이라며 “우리의 목표는 최소한 기사들이 내년 이맘 때 연봉 2500만원 수준으로 가도록 하는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이 본부장은 특히 “이전에는 26일 만근을 했는데 지금은 25일이 근무 기준이다. 1년에 12일을 더 쉬게 되는 셈인데, 기사들이 한 달에 하루 더 쉴 수 있다는 것은 정말 큰일”이라며 “우리는 이런 방식으로 기사들의 처우를 개선하고 회사의 주인이 되도록 해 그 이상의 그림을 그려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 본부장에 따르면 현재 택시협동조합 출범 이후 주변 일반 택시회사의 기사 처우가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 그는 “주변 회사에서 사납금을 낮추고 기름도 더 주고 임금도 더 주고 있다”며 “이런 것을 보면 업계가 개선이 되고 있고 택시기사들에게 좋은 방향으로 부대효과가 일고 있다”고 부연했다.
무엇보다 눈에 띄게 달라진 점은 택시기사들이다. 불과 두달 전인 지난 6월 한국협동조합연대(이사장 박계동)로의 인수가 확정된 서기운수를 찾았을 당시 연신 “힘들다”고 호소했던 택시 기사들은 이제 농담을 주고받는 등 여유로운 모습을 보이며 밝게 웃고 있었다.
이날 만난 이대범 기사(56)는 “좋아진다는 희망으로 일하니까 일도 재미있다”며 “무엇보다 25일 만근이라 하루 휴무가 더 있다는 점이 12시간씩 일하는 노동자 입장에서는 큰 이점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기사는 “앞으로 가동률이 높아져 수입도 늘어나고 회사가 잘 되면 일반 회사 기사들한테도 궁극적으로는 좋은 현상이 될 것이다. 택시협동조합으로 다른 회사가 변화할 수 있다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 아닌가. 택시 노동자들이 정말 힘들게 일하는 데 수입도 늘고 근무 여건도 좋아지면 택시협동조합이 앞으로 일반 택시회사 기사들에게도 비전 있는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본다”고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대기실에서 교대를 준비하고 있던 김모 기사(61)도 “일단 마음이 안정적이고 얼마가 됐든 배당금이 있어서 안정적인 부분도 있다”며 “오늘도 교대시간보다 일찍 들어와 차를 관리하고 교대자에게 방금 전화도 했는데, 마음에 여유가 없다면 이렇게 못 한다”고 웃어 보였다.
특히 그는 “조합원 모두가 성실한 자세로 일하고 있고, 친화력과 단결력이 있어 회사 분위기가 좋다”며 엄지 손가락을 '척'하고 추켜세웠다. 실제 택시협동조합의 조합원들은 스스로 화장실 청소를 자처할 정도로 회사에 애착을 가지고 일하는 모습이었다.
김 기사는 “솔직히 말해서 출범 당시에는 아무래도 사회에서 상처를 받은 사람들이 많다보니 믿지를 못해 선뜻 나서는 사람이 극히 드물었다”며 “그런데 지금은 조합원 지원자가 너무 많아 기사를 선별하다보니 사고율도 월등히 낮아지고 여러 장점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만난 택시기사들은 주변의 일반 택시회사에서 근무하는 택시 기사들이 쿱 택시에 상당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조합원들의 만족도가 높다 보니 일반 택시회사에서 근무하는 택시기사들도 조합원 의사를 밝히거나 택시협동조합 시스템에 호기심을 보이고 있다는 게 택시기사들의 전언이다.
실제 택시협동조합에는 하루 평균 10명씩의 신청자들이 조합 가입 의사를 밝히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합원 대기자 수만 해도 200여명에 이른다. 특히 최근에는 대구, 광주 등 지역에서 운송업을 하고 있는 일부 경영자들이 직접 택시협동조합 사무실을 찾아 택시협동조합으로 전환 방법에 대해 묻는 등 컨설팅을 받는 경우도 늘고 있다.
박계동 한국협동조합연대 이사장은 “지역 택시회사 뿐만 아니라 택시 정책에 관련된 정부나 지자체 관련 부서에서도 상당히 문의를 많이 해오고 있다”며 “순수하게 고용자가 주인이 되는 최초의 협동조합회사(employee-owned company)라는 점에서 굉장히 의미가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이사장은 그러면서 “항상 위험에 노출돼있고 노동강도도 센 택시 기사들에게 월 300만원 정도의 월급이 보장돼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실제 그 수준까지 끌어올리기 위해 노력하려고 한다”며 “부가적으로는 여러 부대사업을 통해 수익을 내서 부가 소득을 높이고 택시 기사들의 복지 수준도 더 올릴 수 있는 방안을 다양하게 구상 중”이라고 덧붙였다.
한국협동조합연대는 현재 조합원들에게 서비스 교육을 제공하고, 택시기사로의 새로운 인생을 설계하는 이들을 위한 택시학교 설립을 부대사업 가운데 하나로 추진 중이다.
택시학교 설립과 관련한 실무를 맡고 있는 임헌조 한국협동조합연대 이사는 “택시협동조합에서 일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이러한 요구를 수렴해 긍정적인 효과를 낼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인지 찾다 새로운 택시 일자리를 원하는 곳에 조직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자는 아이디어가 나왔다”며 “일할 의욕이 있지만 일할 기회를 만들지 못하고 있는 대한민국 국민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택시학교를 만들어 택시업계와 연결시키는 사업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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