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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경제기업, 그 생생한 현장을 가다] '지역에 책임을 다하는 기업을 만들겠다'는 청년 기업가 박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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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화성시사회적경제센터 조회 1,658회 작성일 23-05-22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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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은 협동조합기본법 시행 11년을 맞는 해로 협동조합 법제화를 비롯하여 각 사회적경제 조직의 제도화를 점검할 시점이다. 지난해 정권이 바뀌면서 사회적경제에 대한 정책이 크게 축소되는 기조 속에 침체국면에 처할 것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대구시 동구 안심마을 ▲전남 영광군 여민동락 ▲전남 목포 건맥1897협동조합 ▲경남 창원시 내서푸른주민회 ▲충북 옥천고래실 등 사회적경제 분야 조직들의 현장을 지속적으로 방문해 타 사회적경제기업이 참고할 수 있게 모범적인 현장 기업들을 어떻게 활동하고 운영하는지 생생한 현장을 소개한다. [편집자 주]


밀양에서 만난 박은진 대표는 '㈜공유를위한창조'가 지향하는 목표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해 "파타고니아 같은 기업을 만들겠다"라고 했다. 대학에서 도시계획을 전공했는데 도시계획의 공부 내용 자체는 좋았으나 "왜 도시 전체에 대한 계획만 하고 사람들이 숨 쉬고 사는 마을에 대한 계획은 안 할까?"하는 의문을 가졌다. 그리고 그런 일을 스스로 직접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마을 단위에서 살피고 계획을 해야 마을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의견을 반영하고 참여할 수 있는 도시재생의 원래 의미가 살아날 수 있다는 것이다.

도시에 대한 큰 계획보다 살고 싶은 마을을 만들고 싶은 청년

당시 이런 고민을 혼자 해소할 수가 없어서 선배와 상의하던 중에 아일랜드에 있는 캠프힐커뮤니티라는 곳을 소개받아서 휴학하고 2013년에 참여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살아가는 곳인데 전체 약 100명 가운데 비장애인 봉사자가 70%이고 장애인이 30% 정도다. 전체 마을에는 다시 농사 일을 하는 팜워크숍 등 하는 일에 따라 여러 분야로 나누어져 있는데, 박 대표는 장애인 4명 비장애인 4명 등 8명이 참여하는 팜워크숍에 있었다. 작물 재배와 함께 소, 돼지, 닭 등을 길렀고 우유도 짜기도 했다. 활동비로는 한 달에 약 200유로(한화로 약 30만 원 정도)를 받았는데 전혀 어려움이 없었다. 캠프힐 커뮤니티에서 생활한 1년은 박 대표가 삶의 방향을 정하는데, 아주 중요한 경험이 됐다.
 

▲ 부산의 대표적인 도시재생 지역 초량의 모습.
▲ 부산의 대표적인 도시재생 지역 초량의 모습.

한국에 돌아와서 졸업하고 마을 운동을 하는 활동가들을 만났다. 부산 감천마을, 산복도로, 영도 등에서 도시재생, 마을만들기 등의 주민운동을 10년 이상 헌신적으로 하는 현장 활동가들이다. 이들의 경험 역시 많은 도움이 되었다. 한편 조금 다른 방법으로 마을만들기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은 어드보커시 즉, 주민들의 요청, 요구를 행정에 전달하고 대변하는 운동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생각이었다. 사업을 통해서 본인과 주민들의 경제적 자립 구조를 만들어 가야겠다는 것이었다. 그래야 지속 가능하다. 마을만들기에서 주민들이 스스로 사업을 하여 경제 행위를 해야 정부 정책 등의 외부 환경이 변해도 흔들리지 않고 계속할 수 있다.

이런 일을 함께할 중요한 파트너를 만났다. 아니 파트너라기보다 박은진 대표에게는 멘토와 같은 사람이다. 식음료 사업과 숙박 사업 등을 하던 박정일 대표다. 부산의 마을 관련 활동가들이 박정일 대표가 운영하는 사업 공간에서 모임을 많이 했는데 그런 중에 알게 되었다. 박정일, 박은진 두 사람이 2014년 7월 주식회사 공유를위한창조를 창업했다. 박정일 이사가 창업주였고 지금은 박은진 씨가 대표이사를 하고 있다. 창업한지 햇수로 10년째인 현재, 전체 직원은 15명이다. 2023년부터 밀양소통협력센터를 위탁받으면서 밀양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이 크게 늘었다. 

사회적 약자와 함께 살아가는 사업

창업 후, 첫 사업은 취약 계층을 도우면서 하는 어묵꼬지 가게였다. 부산 초량에는 폐지를 줍는 할머니들이 많이 있는데 할머니들에게 어묵을 막대기에 꽂는 일을 하게 하는 일이었다. 폐지를 줍는 일보다 훨씬 힘이 안 들고 경제적으로도 도움이 될 거로 생각했다. 그런데 실패했다. 식품업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위생 관련 교육을 받아야 하고 4대 보험을 들어야 하는데 할머니들이 어려워했다. 특히, 오랜 세월 폐휴지를 줍는 일로 낮에 돌아다니는 습관이 들어 있는데 앉아서 어묵을 꽂으려니 좀이 쑤시는 등 안 맞았던 것이다. 시니어클럽을 통해 다시 시도했다. 그러나 다시 실패했다. 주부로서 수십 년을 살아온 할머니들은 통일된 레시피를 따르지 않고 각자의 길들여진 입맛에 따랐다. 

두 번의 연이은 실패로 자본금이 모두 고갈되어 사업은 파산 일보 직전이었다. 이런 위기 상황일 때, 이바구캠프에 참여해보라는 제안을 받았다. 부산의 부산역 주변이 도시재생 선도사업으로 선정되었는데 그 사업 중에 일부가 이바구캠프 사업이었고, 건물 4채에 대한 리모델링과 일부 매입 그리고 그 과정 속에서 일어나는 주민 갈등 해소, 소통, 조직 등을 하는 일이었다. 어떻게 보면 애초에 꿈꾸고 하고자 했던 일이었다. 그런데 막상 현장 속에 들어가니 상상했던 것과는 너무 달랐고 험해도 너무 험했다. 거의 모든 도시재개발, 도시재생이 그렇듯이 주민들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걸려 있었고 당사자들의 살아온 삶이 너무 척박했기 때문이었다. 

큰 자산이 된 이바구캠프의 경험

▲ 이바구캠프(이바구는 이야기를 뜻하는 경상도 지역 방언).
▲ 이바구캠프(이바구는 이야기를 뜻하는 경상도 지역 방언).

주민들의 딸뻘 나이도 안 되는 20대 중반의 어린, 더구나 여성으로 감당하기에는 쉽지 않았다. 역시 가장 어려운 것은 주민들 간의 소통이었다. 60대 전후의 할머니들이 저녁 식사를 하면서 소주를 한잔하는데, 낮에 갈등이 컸던 날에는 대화 속에 욕이 난무하고 때로는 소주잔이 날아다녔다. 그런데 다음 날은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며 아무렇지 않게 친하게 지낸다. 이런 일이 종종 있었다. 그 속에서 소통하여 서로 조금씩 양보할 수 있는 부분을 찾아내고 합의하며, 다수가 동의할 조건을 만들어 내는 일이었다. 때로는 전날 합의한 내용이 다음날 깨지기도 한다. 다수결로 결정한 계획에 대해 회의에 참석하지 않아서 몰랐다면서 무효화를 시도하고 큰소리를 내기도 한다. 2년의 세월 동안 속이 새카맣게 타들을 갈 때도 있었고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그런데 드디어 해냈다. 4개의 건물을 번듯하게 개소하고, 마을주민들과 함께 창업하여 마을기업까지 추진하게 된 것이다. 3개의 건물은 부산시 동구청 소유의 건물이었고 1개는 개인 소유인데 무상으로 리모델링을 하고 10년 동안 주민들이 임차료 없이 사용하는 방법이었다. 주민들에게 자기 공간이 생긴다는 것은 큰 변화였다. 주인의식이 생기고 적극적으로 참여하기 시작했다. 2015년, 2016년 무려 2년 동안 혼신의 힘을 쏟은 결과였다. 이 경험을 바탕으로 2017년, 2018년 두 해는 영도구에 있는 봉산마을에 가서 도시재생 뉴딜사업을 사전 지원했다. 그리고 2019년 경남 거제시 장승포동에 둥지를 틀었다.

부산은 이바구캠프를 통해 도시재생사업의 가능성을 보고 큰 경험을 축적한 곳이지만 박은진 대표가 꿈꾸는 마을만들기와는 무엇인가 맞지 않았다. 도시의 분위기, 관을 비롯한 이해관계자들과의 소통의 어려움, 소모적일 정도로 지나친 경쟁, 젊은 후배들을 키우지 않는 분위기 등이 그랬다. 그래서 2019년에는 부산만 아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마을만들기 사업에 적합한 곳을 찾기 시작했다. 그렇게 해서 회사 구성원들과 함께 찾은 곳이 경남 거제시 장승포동 지역이었고 2019년 6월 이사를 했다. 4년에 걸쳐 천천히 이전했다. 부산에서 하던 사업들이 있었고 구성원들이 그동안 살아온 기반과 터전이 부산이었으며, 가능한 모든 직원이 다 거제에 참여하기를 바랐기 때문이었다. 2023년 4월 법인 본점 이전 및 구성원 전원 이주를 마쳤다.

거제로 둥지를 옮겨 청년마을 사업을 하다

▲ 거제시 장승포에 있는 청년마을.
▲ 거제시 장승포에 있는 청년마을.

거제를 택한 이유는 네 가지였다. 첫째, 부산과 가까웠다. 부산에서 떠나기로 했지만, 회사 구성원들이 모두 부산과 관계가 있는 사람들이라 부산은 계속 다녀야 했다. 둘째, 바다가 있어야 했다. 바다는 고향과 같은 곳이기 때문이다. 셋째, 가능성이다. 사업적으로 '마을만들기를 성공적으로 할 수 있는 곳인가?' 하는 고민이다. 넷째, '회사 직원들이 살아갈 삶의 터전으로 적합한 곳인가?'를 배려했다. 직장으로서만 아니라 생활 공간으로서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한편, 거제가 텃세가 심하다는 말도 들었다. 하지만 이바구캠프의 경험을 통해 주민들에게 진정성을 가지고 함께 고민하면 어떤 난관도 극복할 수 있다는 자신을 얻었기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거제에서 첫 사업은 LH 주거복지재단의 소셜벤처 성장지원 사업으로 약 1억 원의 사업비로 커뮤니티 공간을 만들고 그 공간에서 주민들이 독서, 영화, 운동 등 다양한 소모임 활동을 하도록 하는 것이었다. 성공적이었다. 주민들과 소통도 좋았다. 다음으로 장승포에서 행정안전부의 청년마을 사업을 했다. 마을에 청년들이 지역을 탐색하고 정착할 수 있도록 공간, 콘텐츠, 실험의 기회를 제공하는 사업인데 이 사업도 잘 마쳤다. 이런 사업 경력들이 바탕이 되어 2022년에는 거제시 장승포에서 해양수산부가 진행하는 '어촌활력증진지원 시범사업' 앵커조직으로 선정됐다. 그리고 2023년 경남 밀양에 소통협력센터도 위탁 운영하게 됐다. 

▲ 어촌활력증진지원 시범사업(左) / 밀양소통협력센터(右)
▲ 어촌활력증진지원 시범사업(左) / 밀양소통협력센터(右)

청년이 기업을 자유롭게 창업할 수 있는 사회를 위하여

과거에는 중간지원조직들은 사업의 역할을 완료된 후에는 해산되었다. 하지만 이제부터 하는 사업은 '㈜공유를위한창조'라는 기업의 이름을 걸고 장기적으로 추진하는 사업들이다. 역사에 남는 사업들인 것이다. ㈜공유를위한창조는 지역에서 민관협력 사업을 통해 지역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고, 살만한 터전을 만들어 가는 회사로 나아갈 계획이다. 그리고 2017년부터는 대표가 박은진으로 변경되었다. 청년기업으로 자유롭게 경영해 보라는 배려다. 단순히 대표이사 자리만 앉은 것이 아니다. 박정일 전 대표의 배려로 박은진 대표의 지분을 51%로 늘려 주었다. 지배구조 까지 바꾸며, 날개를 펼치게 배려해 준 것이다. 

박은진 대표는 청년들이 경남에서 떠나는 이유를 단순히 대기업, 제조업 유치에만 답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보다 근본적인 해결 방안으로 청년들이 기업가정신을 가지고 도전하고 실험할 기반과 터전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래서 박 대표는 후배들을 키우려고 노력하고 있고 좋은 후배가 나타나면 박정일 대표가 자기에게 회사 지분까지 주면서 기회를 주었듯이 자기도 같은 방법으로 후배에게 기회를 줄 것이라고 했다. 금수저 부잣집 자녀들만 아니라 흙수저 가난한 집 청년들도 실패할 권리를 주고 그 실패가 자양분이 되어 다시 도전하는 사회.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구호와 사회적 분위기가 오늘날 586이 된 기성세대에게 큰 힘이 되었듯이 오늘을 살아가는 청년들에게도 여전히 가슴 뛰는 슬로건이 되는 한국 사회가 되길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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