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과제를 해결하는 파트너로서 협동조합은 유의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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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동조합 수는 2012년 50개에서 2022년 2만 3939개로 크게 늘었지만 2020년 기준(1만 9067개) 10명 이하의 조합이 60%에 달하고, 자산 1억 원 이하 조합은 71.8%, 매출액 목표가 1억 원 이하인 조합은 66.8%로 나타났다. 협동조합은 돌봄 서비스, 과학·기술, 교육, 의료 등 여러 분야에서 공동체 문제를 해결하는 데 가능성을 보여왔지만 사회서비스 사업 진출이 다른 사회적기업과 타사회복지법인에 비해 미진했다. 사회복지시설, 재가요양사업 등 사회서비스로 진출한 협동조합의 비율은 전체 시설 중 1.57%에 불과했다. 업종과 지역 간 연합회 설립도 증가했으나 활동이 적고 참여율이 저조했다.
이에 정부는 지난달 2일 향후 10년간 협동조합이 자생력을 갖고 발전할 수 있도록 유형 및 성장 단계별로 지원사업을 강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4차 협동조합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정작 현 정부 출범 후 기재부 내 '협동조합과'가 폐지되고 지속가능경제과로 통폐합되면서 협동조합 생태계가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린다.
'협동조합의 질적 성장을 위한 정책방향과 기재부 역할'을 주제로 한 국회토론회가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열렸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협동조합 학계·현장·공공 당사자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전문가들이 함께 모여 협동조합 활성화를 위한 정책 방향을 논의했다.
토론의 발제를 맡은 장승권 성공회대 교수는 '4차 협동조합 기본계획을 포함한 협동조합 발전정책 및 정부 부처 역할'을 주제로 발표했다. 장 교수는 ▲제4차 협동조합 기본계획 추진배경, 방향, 추진전략 ▲협동조합 정체성과 제도논리 등을 설명한 후 ▲협동조합 발전을 위한 몇 가지 정책안을 제시했다.
장 교수는 "협동조합 정책은 소상공인-중소기업관련 경제정책이며 복지, 환경, 고용, 거버넌스 등 사회문제 해결의 사회정책으로 정부 전 부처가 협동조합 정책과 연결된다"라며 "협동조합기업 진흥을 위한 정부 내 전담 조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주요한 부처의 걸맞은 국정파트너로서 이미 협동조합이 자리를 잡고 있고 이것은 진정한 의미에서 양적성장을 견인할 수 있는 중요한 변화이다"라며 "질적 성장을 견인할 수 있도록 협동조합 정체성 지속과 혁신을 위한 협동조합 정책지원, 정부 부처의 역할, 현장에서의 정체성 강화가 필요하다"라고 덧붙였다.
임종한 한국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연합회장을 좌장으로 한 종합토론 참석자들도 협동조합 정책 변화를 촉구했다.
최혁진 사회연대공제를위한 협동조합기본법개정추진단 공동대표는 "최근 정부가 발표한 제4차 협동조합 기본계획은 현실분석과 시대 정신의 반영, 정책목표의 구체적 의지, 세부 정책별 실행계획의 모호함으로 인하여 협동조합 현장의 의구심과 불안감을 초래할 수 있다"라며 "실제로 협동조합기본법 제정 이후 기재부는 초기 3개 과였던 협동조합 주무과를 단계적으로 축소하더니 이제는 과 명칭을 변경하고 1개팀 수준으로 운영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최 공동대표는 "시대정신과 현실이해가 없는 협동조합 정책은 전면적 개편이 해법"이라며 정부 차원에서 제4차 협동조합 기본계획의 전면적 개선 및 구체적인 실행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그는 "이번 기본계획 발표를 통해 주요 부처들은 기재부가 협동조합 정책 추진의 의지가 없음을 직감하였을 것이라 판단된다"라며 "실제로 부처별로 협동조합과 관련된 지원정책을 축소하고 있다는 현장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으며, 이러한 상황에 대한 면밀한 점검과 개선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최 공동대표는 정책 목표를 구체화하는 후속 작업이 있어야 할 것이라며 △협동조합 정책심의위원회 연 2회 개최 △관계부처 세부 실행계획 추가 제시 △공제사업 활성화를 위한 (금년도) 관련 연구 실행 및 민간 추천 전문가 연구진에 포함 △공제 시범사업 방향 및 제도개선 논의의 빠른 진행을 위한 민관 TFT(기재부-공제추진협동조합-전문가) 구성 등을 제안했다. 특히 조합원까지 참여하는 공제 시범사업을 제안하며 안정적인 운영을 하고 있는 연합회부터 먼저 실시해 볼 수 있게 추진하여 실제적 성과를 배경으로 연구사업과 실행대책을 세워야 실효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이와 함께 △사회적협동조합 업무위탁 문제 개선을 위한 소관부처들의 인식개선을 위한 기재부의 노력을 당부했다.
김대훈 전국협동조합협의회 사무총장은 ▲당사자 연합회의 역할, 역량 강화 ▲협동조합 내부의 상호부조 활성화 ▲중간지원기관의 체계화 ▲지속가능발전의 중요 주체로 협동조합을 인식 등을 4차 협동조합 기본계획의 긍정적 측면으로 꼽았으며, 문제점과 공백으로 △판로지원 등에 대한 매우 관성적인 정책방향 △자금조달, 금융지원 관련 정책의 실종 △기본계획을 이행하기 위한 중앙부처 정책단위 통폐합 △기본계획을 뒷받침하는 과소한 예산 등을 꼽았다.
김 사무총장은 협동조합이 주목해야 할 사회문제로 ▲사회, 경제적 양극화 ▲지역의 재생과 더 살기 좋은 지역 만들기 ▲돌봄의 사회화 ▲(생태적) 지속가능발전의 추구 등을 제시했다. 그는 △창업·성장·금융지원의 보편성 제고 및 규모 확충(정책적 지원) △관계부처 역할 △마케팅과 판로지원 등을 지속가능발전의 주체로서 협동조합의 성장·성숙에 필요한 정책으로 꼽았다.
그는 "기초-광역-중앙(정부) 지원조직 간 역할분담 및 전문화 등 협동조합 지원체계의 재편이 필요하다"라며 "현행 4차 협동조합 기본계획은 기재부 운영 중간지원기관, 광역 또는 지자체 운영 사회적경제지원센터 간 역할 중복으로 비효율이 발생한다. 중간지원기관·지원센터간 협의체 구성, 정기적 업무 협의를 통해 역할 중복 해소를 유도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국정과제를 해결하는 파트너로서 협동조합은 매우 유의미하다"라는 말로 발표를 시작한 하재찬 한국사회적경제연대회의 상임이사는 미국 버몬트주 벌링턴시의 실업률 및 지역경제 활성화 성공 요인, 경북지역의 사회적기업 육성 효과, 협동조합을 통한 갈등과 대결에서 통합과 협력으로의 전환 등 협동조합(사회적경제)의 성공 사례를 소개했다.
하 상임이사는 "부동산, 기후위기, 청년 취·창업, 복지·돌봄서비스 등 지금 우리 사회가 당면한 과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서 협동조합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특히 인구소멸, 지역소멸에 대해서 시장경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곳에서도 사회적경제가 중요할 역할을 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위기의 시대 새로운 기회는 '사회적 가치'의 재발견과 '집합적 임팩트(연대와 협동)' 실현에서 온다는 연세대 장용석 교수 말을 인용하며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와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협동조합(사회적경제)이 협력하는 파트너로서 나아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현준 소상공인협동조합협업단 서울지역협업단장은 "현재 기본법 협동조합 중에서 소상공인협동조합이 많은 수를 차지하고 있지만 이번 기본계획에서는 소상공인협동조합에 대한 정책이나 대책이 잘 보이지 않는 것 같다. 어떤 특혜나 지원을 바라기보다는 기존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들이 지원받는 것이라도 동등하게 지원받을 수 있어야 하는데 이 부분도 잘 안되고 있는 실정"이라며 "관련 부처 합동 정책이라는 취지에 비해 구체적인 실행 계획이 제시되어 있지 않는 것 같다"라며 "보다 구체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정책 목표들로 제시되면 좋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 단장은 특히 '연합회 활동이 부진하다'라면 왜 그러한지 구체적인 개선 과제 도출이 먼저라며 연합회 활동이 활성화될 수 있는 법·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마지막 토론자로 나선 윤영귀 기획재정부 지속가능경제과장은 협동조합 육성정책에 대한 기재부의 견해를 밝혔다.
윤 과장은 "협동조합이 특혜는 없어야 하지만 역차별도 없어야 한다는 부분은 100% 공감한다. 개별법 협동조합이든 다른 사회적기업에서 받고 있는 여러 가지 지원들에 비해 일반 협동조합이 부족한 건 사실인 것 같다"라며 "그런 부분들에 대해서 역차별을 줄여가야 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라고 하는 부분에 공감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협동조합과의 명칭을 없애도 지속가능경제과 업무 분장안에 기존 사업과 기능이 다 들어있고 4차 협동조합 기본계획을 만든 것처럼 지속가능한 협동조합의 지향점이 된다고 하면 명칭을 바꾼 것도 그런 측면에서는 타당하다고 생각한다"라고 설명했다.
공제사업에 관해선 "공제 사업관련 법이 개정되고 나서 지금까지 사례가 한 번도 안 나온 것은 저희도 문제라고 보고 있다. 기본계획에서도 방향성 정도는 맞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현재 생협법에는 공제사업을 할 수 있는 근거조항만 있다면서 "개별법은 어떻게 하고 있는지, 금융이다 보니 금융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관리·감독은 어떻게 하고 있는지 등을 찬찬히 들여다보면서 방안들을 검토하려고 하고 있다"라고 원론적인 견해를 밝혔다.
이날 토론회는 서영교, 진선미, 이동주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 소상공인협동조합협업단, 한국사회적경제연대회의, 전국협동조합협의회 등이 공동주최했다.
서영교 의원은 "협동조합은 협동조합기본법 제정으로 짧은 기간에 비약적인 양적 확산을 했으나 질적 성장이나 다변화된 현실을 반영한 전문 지원체계 부족은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라며 "협동조합의 양적 성장과 함께 질적인 발전과 성숙 단계로 진입하고 있는 시점에서 장기전략국을 미래전략국으로 변경하고 사회적경제과와 협동조합과를 통합해 지속가능경제과로 통합한 것(협동조합과 폐지)은 기재부의 역할을 방기한 조치"라고 비판했다. 서 의원은 "국가가 사회안전망 역할을 다하지 못하면 사회가 할 수 있도록 법이 제정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진선미 의원은 "정부의 정책 의지는 조직과 인력 그리고 예산으로 확인되는데 윤석열 정부는 지난해 12월 기획재정부의 사회적경제과와 협동조합과를 통·폐합하여 지속가능경제과로 축소했다. 이는 사회적경제나 협동조합 등의 역할 확대를 외면하거나 소극적으로 대처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던진 것이다"라며 "기재부가 지난 3월 발표한 '제4차 협동조합 기본계획'을 검토한 후 협동조합의 질적 성장을 위한 정책 방향을 공유하고 기재부의 역할을 강조하기 위한 오늘 토론회에서 협동조합의 질적 향상을 위한 다양한 방안이 제시되기를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이동주 의원은 "협동조합기본법 법제화 11주년을 맞았다. 자주적·자립적·자치적인 협동조합 활동을 촉진하고, 사회통합과 국민경제의 균형 있는 발전에 기여하는 법의 목적에 한층 더 가까워지는 계기이길 바란다"라고 당부했다.
용혜인 의원은 "협동조합은 우리 경제의 한 축으로 당당하게 자리를 잡았고 협동조합의 고용효과는 매해 늘어나고 있다"라며 "사회적경제 분야의 발전과 더불어 협동조합의 사회적·경제적 역할은 중요하고 평가되고 있지만 양적 성장에 비해 질적 성장은 더디기만 한 것이 현실이다"라고 지적했다. 용 의원은 "지난 3월 정부가 발표한 4차 협동조합 기본계획 또한 이런 인식 속에서 협동조합의 경쟁력 강화와 인프라 개선을 제시했지만 기대만큼 우려도 앞서는 게 사실이다. 협동조합 정책을 총괄하는 기재부가 협동조합과를 통폐합하면서 스스로 그 역할과 책임을 축소하지는 않을는지 우려하는 현장의 목소리가 높다"라며 "정부 차원의 진정성 있는 대안 마련이 이뤄지고, 국회부터 나서 협동조합이 질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입법과제가 논의되면서 국가정책의 밑그림을 채워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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