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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황금 들판처럼 무르익는, 소녀방앗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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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화성시사회적경제센터 조회 1,666회 작성일 22-09-14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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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민영 방앗간컴퍼니 대표
창업 9년차...소비자 만족도·파트너십·운영 시스템↑
'생산자의 지속 가능한 생산이 소비자의 식품 안전을 지킨다'


경북 청송의 로컬 풍경. 지역 주민들이 고추농사를 짓기 위해 밭으로 나왔다/출처=방앗간컴퍼니

영화 리틀포레스트의 현실버전이다. 경북 청송에서의 삶은 도시 생활에 지치고 상처받은 김민영 대표에게 선물이 됐다. 갑작스레 해고 통보를 받고 쉬러 내려온 그를 지역주민들은 따뜻한 가슴으로 맞이했다. 땀 흘리며 일하는 과정에서 번뇌와 잡념도 옅어졌다. 무엇보다 그를 위로해 준 것은 주민들이 차려준 자연의 맛이었다. 자극적인 맛이 아니라 천연 재료 본연의 맛이었다. 그야말로 꿀맛이었다.

"이렇게 맛있는데 안 팔린다고?“

정작 주민은 생산한 농산물을 판매할 곳이 없어 걱정이었다. 지역의 유통업자들이 주도권을 쥐고있는 상황 속에서 농산물들을 다소 헐값에 팔아야 했다. 군부대나 학교 급식에 납품하는 것 외에는 별다른 판로가 없었던 상황이었다.

김 대표의 눈이 반짝였다. 그는 자신이 맛본 청정 농산물들을 도시에 공급하겠다고 마음먹고 방앗간컴퍼니를 창업한다. 첫 번째 아이템은 주민들이 직접 농사짓고 빻은 고춧가루였다.

다행히 매진이었다. 하지만 뒷맛이 썼다. 판매 리스트를 보니 전부 지인이었기 때문이다. 김민영 대표는 홍보역량이 적다 보니 지인들의 도움으로만 버텼다고 분석했고 이래서는 결코 지속가능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보통 이런 경우 예산을 높여 홍보에 집중 투자하지만, 김 대표는 그러고 싶지 않았다고. 홍보에만 집중하는 방식은 결국 가격을 높여야 했기 때문이다. 평소 ‘최저시급 안에서 밥 한 끼는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던 김 대표는 선뜻 따라가기 어려웠다.


소녀방앗간 서울숲시작점 전경/출처=방앗간컴퍼니

“맛을 보고 경험하면 사지 않을까?”

김 대표가 선택한 방법은 ‘식당’. 그렇게 2014년 10월 소녀방앗간 서울숲시작점을 열었다. 청정재료 본연의 맛을 전달하기 위해 매장 테이블에 참기름, 들기름, 된장, 간장 등 지역에서 올라온 발효장과 전통기름을 뒀다. 물론 쉽지 않았다. “요식업은 단짠단짠이 기본이야.” 걱정 반 조롱 반 소리가 들렸고, 흔들릴 때도 있었다. 그럴때마다 김 대표는 소녀방앗간이 왜 세상에 존재해야 하는지를 계속 떠올렸다.

“우리는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집이 되겠다고 나선 게 아니다. 재료 본연의 맛을 전하는 집이다”

진심이 통했던 걸까. 단골이 점점 늘어났다. 서울숲시작점을 시작으로 출발했던 방앗간컴퍼니는 어느덧 청정재료 한식밥상 '소녀방앗간' 6곳, 캐쥬얼 다이닝 '소일' 1곳. 총 7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소녀방앗간의 맛을 인정해주고 애용하는 시민들의 수만 해도 온라인(밀키트・도시락 등)과 오프라인(매장 식사, 케이터링 등)을 포함해 연간 15만명 정도다.

더욱 단단해진 지역 주민과의 파트너십

“지역에서 농산물은 올라오는데 매장에 손님은 안 오지. 숨만 쉬어도 돈은 나가지. 정말 다 놓고 싶었습니다.”

위기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코로나19 당시 매출이 반 토막이 났다. 김 대표는 매장 운영으로는 도저히 승부가 나질 않자, 온라인 매출에서 돌파구를 찾기로 했다. 문제는 수량과 예산이었다. 간편식을 만들려고 OEM(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을 알아봤지만 최소 생산수량이 너무 많았던 것. 생산량이 판매량을 따라가지 못할 것을 염려한 김 대표는 주저할 수밖에 없었다.


소녀방앗간 제품. 재래식된장과 찹쌀고추장, 들기름과 참기름, 찹쌀부각 등 다양한 상품이 준비됐다/출처=방앗간컴퍼니

그때 손을 내밀어 준 건 다름 아닌 청송의 주민들이었다. 지역 주민들이 먼저 호박오가리 죽과 산나물 죽을 만들어보자고 제안했다. 최소 생산량도 소녀방앗간이 초기에 도전해 볼 수 있을 정도로 딱 맞춰줬다. 몇 년 전 만해도 직접 기른 농산물을 팔 곳이 없어 걱정이었는데 그 사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폐교 운동장에 식품을 제조할 수 있는 시설을 지으셨더라고요. 심지어 해썹(HACCP)인증까지 받으셨어요. 호박죽 몇백 세트는 충분히 공급할 수 있는 규모였습니다. 누군가에게는 ‘그게 뭐?’인 규모일 수 있지만, 지역 주민들이 이렇게까지 한다는 것은 정말 대단한 일이죠. 실패할 경우 본인들이 모든 부담을 떠안아야 하는 것이니까요.”


소녀방앗간 제품. 왼쪽부터 곤드레, 취나물, 뽕잎, 어수리, 다래순이다/출처=방앗간컴퍼니

이를 계기로 소녀방앗간은 청정재료 유통회사로서 정체성을 강화할 수 있었다. 전체 매출에서 매장운영이 차지하는 비중이 80%에 육박했던 소녀방앗간은 코로나19 이후로 매장운영과 밀키트·도시락 판매 비중을 6:4로 맞췄다. 코로나19로 반 토막이 났던 매출액도 이미 회복했고 내년에는 이를 상회할 것으로 전망한다.

잠 못자며 매달렸던 사업 초기…이제는 시스템으로 움직인다

“산나물 골라내고 씻고 삶고 찌는 일이 진짜 오래 걸려요. 그걸 다 매장에서 해야 하니까 2~3시간도 못자고 일을 하는 게 다반사였어요.”

소녀방앗간이 잘 돼도 문제였다. 두 번째 직영점을 내야하는 상황이 되자 김 대표는 도저히 두 매장을 오고 가며 일 할 자신이 없었다. 그는 ‘센트럴키친(방앗간팩토리)’을 만들어 직영점을 관리하기로 했다. 소녀방앗간 식탁 위로 올라가는 음식이라면 식재료는 물론이고 소스까지 모두 이곳 방앗간팩토리에서 만들어져 새벽배송으로 매장에 도착한다.


소녀방앗간 서울숲시작점에서 판매중인 장류들/출처=방앗간컴퍼니

방앗간팩토리를 운영하기 시작하면서 매장에서 할 일도 줄고 무엇보다 직영 매장 간의 품질을 균일하게 유지 할 수 있었다. 처음에는 원룸 크기 공간이던 방앗간팩토리는 이제는 제법 공장의 외형을 갖췄다. 하남에 위치한 30평 규모의 센트럴키친은 식품제조가공공간으로 내년도 해썹(HACCP)인증을 받기 위해 시설준비를 마쳤다. 15평의 별도 저온창고도 구비했다. 

방앗간팩토리에서 새벽배송을 거쳐 직영매장에 도착하면 이른바 '미친 디테일'이 기다리고 있다. '조리 파트'와 '서비스 파트' 모두에서 전체 매장의 지침 역할을 하는 메뉴얼을 마련했다. 조리 파트는 재료별 용량 및 조리법, 플레이팅 사진, 조리 팁 등으로 구성됐고 서비스 파트는 손님응대 방법은 물론이고 청정재료의 생산유통과정과 재료 정보들도 담았다.


김민영 대표가 매장에서 손님들에게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출처=방앗간컴퍼니

내실 뒷받침되지 않은 성장은 의미없어...언제나 회사의 존재가치 고민

소녀방앗간은 창업 초기부터 지금까지 줄곧 빠듯하게 운영해왔다. 김 대표는 예산과 시간이라는 주어진 제약 속에서 '최적화 전략'를 선호해왔다. 예산의 범위를 뛰어넘는 수준의 대출을 받는 것은 조심스러워했다. 바쁜 시간을 쪼개 네트워킹에 나서면 기업의 외연은 조금 더 넓어질 수 있겠지만, 김 대표는 그 시간에 매장으로, 공장으로, 지역 주민들을 만났다.

코로나19 때는 본인의 이런 경영철학이 위기 극복에 도움이 안 되는 건 아닌지 고민이 많았다. '기업의 규모가 조금 더 컸더라면 우리에게 기회가 더 오지 않을까', '네트워크를 늘렸었더라면 조금 더 이 위기를 잘 극복할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하며 자책했던 적도 있었다.

하지만 지나고 보니 내실을 다지며 지속가능성을 지향했던 김 대표의 선택이 틀리지만은 않았다. 최근 금리 인상기에 고비를 맞은 기업들을 보며 김 대표는 대출이 많았다면 사업을 다변화할 여유가 없었을지도 모른다고 했다. 돈을 벌 수 있다고 해서 청정재료 본연의 맛을 해치는 상품·서비스 공급에 손을 대는 순간, 기존의 생산자와 관계 그리고 소비자들에 보내준 응원과 기업의 정체성은 훼손될 것이 뻔하다.


김민영 방앗간컴퍼니 대표

“저도 우리 기업의 성장을 원해요. 하지만 내실이 뒷받침되지 않은 성장은 의미가 없습니다. 항상 ‘우리 기업이 왜 존재해야 하지?’라는 물음을 스스로에게 던집니다. 남들이 다 하니까 따라할 거면 누가 우리를 찾아주겠어요. 우리 기업의 아이덴티티는 무엇이며 그것을 어떻게 다져가고 만들어갈 것인지 그리고 그걸 어떻게 보여줄 것인지가 저와 방앗간컴퍼니(소녀방앗간)의 숙제입니다. 앞으로도 ‘생산자의 지속 가능한 생산이 소비자의 식품 안전을 지킨다’는 소셜미션을 증명해보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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