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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시골빵집의 ‘행복한 자본론’ 실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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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조회 1,902회 작성일 14-08-05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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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4.07.28 21:09수정 : 2014.07.29 09:11

오카야마현 ‘다루마리’ 가다

‘착취 없이’ 천연효모 빵 구워
직원 8명 월급 평균 160만원
사장 부부 연봉 3천만원 수준

“돈 없는 걸 두려워한 적 없어
사람들과의 연대가 더 중요해
개인 소비행위가 세상 바꾼다”

<시골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더숲)의 지은이 와타나베 이타루(43)와 그의 부인 마리코(40)를 만나러 일본에 가기로 했을 때 처음 떠오른 질문은 ‘대체 이 사람들은 얼마나 버나’였다. 그러나 이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눈 지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아 이 저열한 우문의 바닥이 드러나고 말았다. 이들의 목표는 돈이 아니었던 것이다. (▷참고기사 : 이윤 내지 않는 시골빵집 7년째 지속가능한 이유)

빵집 겸 카페 ‘다루마리’(부부의 이름을 절반씩 따서 지은 이름이다)는 일본 주고쿠 지방의 오카야마현 마니와시 가쓰야마에 있다. 오카야마현은 오사카에서 서쪽으로 180㎞가량 떨어진 곳이고, 가쓰야마는 오카야마에서 버스를 타고 북쪽으로 2시간을 더 가야 하는 시골이다.

지난 24일 오전 시외버스에서 내리자 와타나베가 책에 쓴 표현처럼 ‘에도시대’를 연상케 하는 거리가 나타났다. 이곳이 인구 8000여명이 모여 사는 가쓰야마다. 하루에 손님이 한 명이나 있을까 걱정되는 신발가게와 서점, 약국과 병원 등을 지나 2층짜리 일본 전통가옥에 자리잡은 다루마리에 도착했다. 이날 저녁 열리는 지역축제(마쓰리)에 쓸 빵을 만드느라 와타나베 부부와 직원들 모두 눈코 뜰 새 없이 바빠 보였다. 하지만 다들 표정은 밝았다.

 

지난 6월 초 한국에서 출간된 <시골빵집…>은 나오자마자 정치사회분야 베스트셀러가 되어 지금까지 1만권가량 팔렸다. 이 책을 찾는 독자가 많은 이유는 노동운동가도 아닌 자영업자가 자본론에 근거해 ‘착취 없는’ 경영을 하겠다고 선언한 게 신기해서였을 것이다. 더구나 같은 지역의 농민들이 농약과 비료를 쓰지 않고 자연재배한 통밀을 빵집에서 직접 갈아 밀가루로 만들고, 천연효모와 천연누룩도 직접 배양해 빵을 만드는 ‘생태적 실험’에 대한 호기심도 작용했을 것이다.

 

이들의 소득이 궁금했던 이유는 책에는 그에 관한 내용이 전혀 나오지 않기 때문이었다. 이들은 엑셀 파일로 정리한 장부까지 보여주며 적극 설명했다. 다루마리의 연매출은 2013년 말 현재 우리 돈으로 2억7000만원 정도였다. 직원 8명의 월급은 1인당 평균 160만원, 연봉으로 2000만원 수준이었다. 와타나베 부부의 연봉은 3000만원에 불과했다. 경력 1년도 안 된 직원들의 월급은 그렇다 치고 사장 부부의 1년 수입을 합산한 금액이 3000만원이 안 된다는 건 놀라웠다. 특이한 빵집으로 소문나 빵값이 좀 비싸도 판매가 잘된다 했으니, 벌이도 괜찮을 거라 믿었던 예상이 빗나갔다.

 

마리코는 말했다. “왜 나는 급여를 이것밖에 못 받나 한번도 생각한 적이 없어요. 돈이 없다는 걸 두려워해본 적은 없습니다. 아이들도 잘 크고 있고, 저축도 어느 정도 하고 있어요.” 와타나베가 덧붙였다. “지금 직원들도 돈보다 일을 즐겨요. 그것만큼은 확신합니다. 몸에 좋고 맛있는 것 먹고 사람들과 어떻게 만나느냐, 어떻게 연대하느냐를 더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직원들은 대부분 제빵기술을 배워 자기 빵집을 열고 싶어하는 이들이다.

 

적은 돈으로 먹고살 수 있는 것은 여기가 시골이기 때문일 것이다. 물가가 대도시의 3분의 1도 안 된다. 빵집과 카페, 살림집을 겸한 2층 건물의 한달 임대료가 우리 돈 35만원에 불과하다. 그러나 더욱 결정적인 요인은 “돈에 휘둘리지 않겠다”는 마음가짐일 것이다.

‘착취 없이’ 만든 천연효모 빵은 생각보다 덜 비싸고 훨씬 더 맛있었다. 한입 베어물자 시큼한 자연의 맛이 입안 가득 퍼졌다. 전날 채취한 천연효모와 천연누룩을 보여주려 냉장고 문을 열었을 때 맡았던 바로 그 냄새였다. 빵값은 오카야마 시내 쇼핑몰에서 파는 빵보다 개당 1000원 정도 비싼 수준이었다.

 

와타나베는 세상을 바꾸려면 개인들의 소비 행위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기업의 생산방식을 바꿀 수 있기 때문입니다. 어떤 물건이 싸다고 무조건 쓴다면 제3세계 노동자들의 착취를 심화시킬 뿐입니다.” 마리코는 한발 더 나갔다. “우리는 앞으로도 재료를 살 때 그걸 만든 사람들이 행복한 사람들인지 따질 겁니다. 당장은 안 되겠지만......

 

출처: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648896.html

 

연관기사: 이윤 내지 않는 시골빵집 7년째 지속가능한 이유,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64136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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