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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의 반 타의 반 선택, '한국적 협동조합'의 과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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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조회 1,613회 작성일 14-04-22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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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의 반 타의 반 선택, '한국적 협동조합'의 과제는?

[협동연대 대안국민농정]<12 > '협동조합'의 사회적 경제

정기석 마을연구소 소장

 

 

기사입력 2014.04.01 01:05:35

2014년 1월 말 현재 3600개 협동조합이 만들어졌다. 법이 시행된 지 불과 1년여 만이다. 협동조합 설립 열풍이 불고 있다. 여세를 몰아 지난해 12월 말 협동조합기본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재석의원 가운데 반대표는 단 1표도 없었다. 여와 야, 보수나 진보할 것 없이 협동조합에 대해서는 우호적이고 협조적이다.

이번 개정안은 주로 협동조합의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설립과 운영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우선 상법에 따라 설립된 주식회사 같은 영리법인도 협동조합으로 전환할 수 있다. 사단법인 같은 비영리법인은 사회적 협동조합으로 변신할 수 있다. 또 협동조합이 다른 법인을 흡수·합병할 수 있고 협동조합연합회는 공제사업을 할 수 있다. 그동안 부채로 간주하였던 조합원 납부 출자금의 총액은 협동조합의 자본금으로 인정된다. 무엇보다 공공기관은 사회적 협동조합이 생산하는 재화나 서비스를 우선 구매하여야 한다.  

게다가 오는 4월 15일부터는 협동조합이 중소기업 대접을 받게 된다. 지난 1월 '중소기업기본법'이 일부 개정되었기 때문이다. "협동조합이 다른 법인과 공정한 경쟁을 통해 활성화될 수 있도록 현행법의 중소기업자 범위에 협동조합과 협동조합연합회를 포함한다"는 것이다. 사회적 협동조합의 경우, 7월부터 시행되는 ‘사회적 협동조합 공공구매 제도'에 따라 ’중소기업제품 구매촉진 및 판로지원에 관한 법률'에 준하는 지원을 받는다. 

이 같은 조치는 2013년 12월 기본법이 시행된 이후 현장에서 줄기차게 제기된 민원들이 적극적으로 반영된 성과로 평가된다. 하지만 협동조합 후진국 한국의 협동조합 행보는 이제 겨우 시작이다. 앞으로 우리 주류 경제체제와 협동조합 생태계가 서로 조화되기 위해서는 개선하고 개정할 문제점들이 적지 않다. 
 
협동조합은 만능이나 만병통치약이 아니다 

주위에 협동조합을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벌써 집권당 등 보수 진영에서는 협동조합이 좌파 진영의 근거지가 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그렇다고 진보 진영도 온통 환영일색은 아니다. 일부 노동운동가들은 협동조합이 노동조합을 대체할지 모른다며 경계의 눈빛을 감추지 않는다. 게다가 지난해 10월 협동조합의 교과서, 협동조합의 뿌리인 스페인 몬드라곤그룹의 파고로 전자가전부문이 파산을 맞았다. '협동조합 대망론'에 경종을 울리기에 충분하다. 

지난해 맥킨지는 우리의 '협동조합 열풍'을 구체적으로 경고하고 나섰다. “2013년 3월 기준으로 협동조합의 월평균 증가율은 82.3%이다. 이는 벤처기업 설립이 절정이던 2000년의 벤처기업 연평균 증가율 78.3%와 비슷하다”고 주의를 환기했다. 그럼에도 맥킨지는 “한국을 고도성장으로 이끌었던 재벌중심의 수출형 성장이 그 동력을 다 했음은 명백하다. GDP는 계속 성장하지만, 이것이 국가 경제의 발전과 다수 국민의 삶의 질의 향상으로 연결되지 않고 있다”고 구시대의 종언을 고했다. 이제 한국 경제에는 새로운 대안이 필요하다고 공공연하게 충고한다. “신화를 이루었던 성장공식은 더는 한국에서 유효하지 않으며, 한국은 모든 시민에게 혜택이 돌아갈 새로운 성장의 경로를 찾아야 한다’고 거듭 강조한다. 

그 명백한 대안은 “협동조합, 마을기업 등 사회적경제”라고 분명히 제안하고 있다. 무엇보다 우리 농업경제, 농촌사회가 인구수, GDP, 정부예산 등에서 5%도 안 되는 존재감과 활로를 되찾는 데, 협동조합 같은 사회적 경제 구현 모델이 실제적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진단이고 희망이다.

어쨌든 오늘날 한국의 협동조합 설립 추이는 맥킨지도 주목하듯 가히 열풍 수준이라 할만하다. 자본주의와 신자유주의의 진보적 대안이라는 덕담과 장밋빛 전망이 곳곳에 난무한다. 하지만 이쯤에서, 이럴 때일수록 냉정해질 필요가 있다. 1844년 세계 최초의 협동조합 ‘로치데일공정선구자조합’이 지구에 출현한 이래, 협동조합의 성공사례는 일부 국가, 일부 사례에 불과하다. 역사적 사실이다. 자본주의를 대체할 대안임을 증명할만한 선험적, 과학적 근거는 여전히 불분명하거나 미약하다. 

그래서 자칫 ‘협동조합’이 지난날 ‘사회적 기업 광풍’의 전철을 밟는 건 아닌지 불안하기만 하다. 무엇보다 협동조합의 가치가 실현되려면 경제적 지속가능성이 담보되어야 한다. 많든 적든 일단 ‘돈'이 남는 장사라야 한다. 그래야 망하지 않는다. 그런데 협동조합이 영위하는 업종들은 주소 서비스업에다, 소규모 영세자영업 수준이 대다수다. 외형이나 수익성도 낮다. 경제적 지속가능성이 높을 수 없는 구조다. 극단적으로, 경제적인 지속가능성, 사업적인 시장경쟁력이 없는 협동조합은 불가피하게 ‘결과론적인 악덕기업주’ 처지로 내몰릴 수도 있다. 협동조합의 사회적 명분을 내세우며 사실상 노동자의 저임금, 장시간노동을 강요하는 운명에 놓일 수도 있다. 

특히 협동조합기본법은 ‘사회적 협동조합’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자칫 국가가 담당해야 할 사회복지 서비스 기능이 위축될 우려가 크다. 어쩌면 국가가 감당해야 할 기능을 민간의 사회적 협동조합이 떠맡게 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오해와 의심이 들기도 한다. 심지어 프리랜서 등 특수고용노동자에게 협동조합은, 노동자의 권리를 인정해주지 않으려는 왜곡된 의도로 비칠 수도 있다. 근본적으로 자본주의 체제에서 주식회사의 구조에 익숙한 상태에서는, 협동조합이라는 '공동체적' 법인격이 안고 있는 ‘의사결정구조’, ‘자본조달 또는 조성’, ‘고용 경직성’ 등의 특성은 이해하기 쉽지 않은 문제다.    

협동조합의 현장에서도 여러 가지 민원이 다발하고 있다. 기본법은 만들었으나, 시행령이나 시행규칙, 지자체 지원조례나 지침 등의 유기적 연관성이나 합리성이 부족하다. 그에 따른 행정부처 및 집행부서 간 ‘행정 칸막이’ 문제도 상존한다. 게다가 출자금 시장가치 평가에 따른 증여세 발생 등 조세제도 문제, 신용보증 등 금융거래 시스템의 정비 등 제반 사업 환경이 정리되지 않은 문제 등, 온갖 ‘한국적 협동조합다운’ 문제들이 산적해 있다.

자의 반 타의 반의 선택, '한국적 협동조합'이 안고 있는 과제
 
초 한국의 협동조합기본법 제정은 전적으로 자발적이고 주체적인 결정이라 주장하기는 어렵다. 2012년 ‘세계협동조합의 해’를 맞아 협동조합 관련 법제를 정비하라는 UN과 국제협동조합연맹(ICA)의 권고에 따른 것이다. 물론 생협을 중심으로 이른바 협동조합 운동가들의 입법 요청 노력이 수용된 성과로 인정할 수도 있다. 결국 ‘자의 반 타의 반’의 선택이라는 게 정확한 평가일 것이다. 그만큼 추가하고 보완해야 할 후속 과제가 적지 않다는 말이다.  

먼저 교육·학습 프로그램이 선행되어야 한다. 협동조합 관련 정부 정책이 기존의 농업경영체, 사회적 기업처럼 보조금 지원 정책과 다르지 않으리라고 기대하는 분위기가 있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 같은 오해는 농촌지역사회의 자조적 발전을 견인해야 하는 협동조합의 경영전략과 발전방향을 왜곡할 위험이 있다. 따라서 당분간 정부의 지원정책은 협동조합에 대한 직접적인 지원책 보다, 주민의 이해도를 높이기 위한 학습 기회를 확대하는 데 집중할 필요가 있다. 협동조합 사업의 목적과 목표, 조합원들의 책임과 의무, 경영자(지도자)의 경영역량과 민주적 리더십 등이 교육·학습프로그램으로 개발되고 시행되어야 한다.   

정부부처의 연관제도도 개선되어야 한다. 기본법에 따라 설립된 협동조합이 다른 법규로 규정된 여타 법인이나, 농협, 신협 등 기존의 협동조합에 비해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정책과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 또 협동조합 설립, 전환, 사업운영 등을 지원할 제도와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 가령 농업을 영위하는 협동조합은 최소한 대표적인 농업경영체인 농업회사법인이나 영농조합법인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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